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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저것

갓 태어난 아기의 얼굴을 바라보던 엄마는 뜬금없이 아기에게 혀를 내밀어 보았다. 아기는 엄마를 보고 있는 건지 아닌지 표정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한번, 두번, 세번. 같은 행동을 되풀이했지만 여전히 아기의 표정은 물음표다. 갑자기 피식, 헛웃음이 나온다. 아직 배냇저고리도 벗지 못한 신생아에게 대체 뭘 기대한 거지? 그때였다. 아기의 그 조그만 입술이 벌어지고 그 사이로 귀여운 혓바닥이 빼꼼 드러난 것은. 이런, 지금 아기가 날 따라한 건가. 아니, 우연일지도 몰라. 한번 더 해보자. 놀라움의 표정을 감추고 다시 아기를 바라보며 혀를 내밀자, 아기는 이제 기다렸다는 듯이 단숨에 혀를 내밀어 화답한다. 두번, 세번, 네번. 한번은 우연일 수 있지만, 반복되는 우연은 의도적이다. 분명 지금 아기는 엄마의 행동을 보고 모방하는 중이었다.



아가는 어떻게 ‘메롱’을 따라했나

대학원 때 신경생리학을 전공하면서 사람의 모방 능력은 매우 일찍부터 가능하다는 것을 배운 적이 있었다. 갓 태어난 신생아들조차도 어른들의 행동을 보면서 모방하려 한다는 것이다. 물론 신체적 한계상 많은 것을 따라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활자로 읽을 때는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들도 막상 눈앞에서 벌어지면 매우 단순한 것도 신기하게 느껴지곤 하는데, 신생아의 ‘메롱’ 역시도 그러했다. 사실 아직 시선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날 쳐다보고 있는지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 갓 태어난 신생아에게 혀를 내밀면서도 아이가 정말로 따라할 것이라고는 그다지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아기는 정확히 ‘교과서대로’ 행동했다. 물론 아기와 함께 한 첫 메롱 놀이가 성공했을 때 내가 느꼈던 놀라움과 기쁨의 감정은 가설을 실제로 확인했을 때 과학자들이 느끼는 지적 흥분이라기보다는 아기와의 교감에 성공했다는 초보 엄마의 뿌듯함에 가까웠지만.

사실 혀를 내미는 것은 매우 단순한 행동이다. 그저 입속에 있는 무언가를 밖으로 꺼내기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것이 입술에 묻은 뭔가를 핥아 먹는 목적이 아니라, 의미없이 그저 타인의 얼굴을 보고 모방하는 경우에는 그리 단순한 과정이 아니게 된다. 이는 신생아의 뇌가 타인(엄마)의 얼굴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혀)을 인식하고, 그 인식된 물체와 동일한 기관이 역시 자신에게도 있음을 인지한 뒤, 운동신경과 근육을 의도적으로 미세하게 조절해 혀를 내미는 행동에 이르는 다양한 정보들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모두 갖춰야만 가능한 것이다.

돼지꼬리원숭이 실험으로 발견한
모방능력의 열쇠 ‘거울신경세포’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도
거울 속의 내 모습 들여다보듯
타자 행동을 내 일로 느끼는 능력


사람의 육체가 조물주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빚어낸 것이 아니라, 진화적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 단백질 덩어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은 사람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혹은 달라야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리고 저마다 나름대로의 답을 제시했는데, 이 모든 필사적 노력의 근간을 제시한 다윈조차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는 사람만이 갖는 특성을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정심’(sympathy)이라 주장했고, 에델만은 ‘우리가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할 수 있는’ 고차원적 인식(higher-order consciousness)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물과 구별된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의 과학자들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비밀의 열쇠가 누군가를 따라하는 능력, 즉 모방 능력에 있다고 보고 있다. 직접 경험해서 몸으로 체득해야만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 배울 수 있고, 나아가 누군가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들을 보고 상대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 마치 거울쌍 이미지처럼 상대의 행동과 표정과 감정을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람은 어떻게 그토록 자유자재로 누군가를 모방할 수 있는 것일까.

20여년 전,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의 연구팀은 돼지꼬리원숭이(Macaca nemestrina)의 뇌에 전극을 꽂아 F5 영역의 신경적 활성화를 보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원숭이의 F5 영역은 사람으로 치면 신체의 운동을 관장하는 전운동피질에 해당하는 부위다. 이들이 궁금한 것은 원숭이가 땅콩처럼 작은 먹잇감을 쥐려고 손을 내밀 때 손가락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조절하기 위해 활성화되는 신경의 위치를 찾기 위함이었다. 실험을 하다 보면 의도치 않는 부수적인 결과들이 자주 관찰되곤 하는데 때로는 이 의도치 않은 결과가 더 중요한 의미를 알려주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파블로프의 조건 반사 실험이다. 원래 파블로프는 심리학자가 아니라, 소화 과정에 대해서 연구하던 생물학자였다. 저 유명한 ‘종소리를 들으면 침을 흘리는 개’로 대표되는 실험 모델 역시도 애초에 소화 과정에 있어서 먹이에 따라 침이 얼마나 분비되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고안한 실험과정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파블로프의 이름과 짝을 지어 기억하는 것은 조건 자극과 무조건 반사를 연결시켜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 반사의 성립과 중요성에 대한 것이다.

1990년대 초반, 이들 연구자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찾아왔다. 여느 때처럼 원숭이들의 신경 반응을 살피던 연구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한 원숭이의 F5 영역에 꽂힌 전극이 반응하고 있었다. 이 신호에 따르면 지금 원숭이는 손을 움직이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원숭이는 우리 안에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원숭이 뇌의 F5 영역은 운동 피질이기 때문에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신호가 발생하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장치가 고장난 것일까, 이상하게 생각한 연구자들은 원숭이를 관찰하다가 원숭이의 시선에서 해답을 찾았다. 원숭이는 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었지만, 두 눈동자는 건너편 우리에서 땅콩 그릇을 향해 허우적대는 다른 원숭이의 손동작에 고정되어 있었다. 실제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움직이는 것을 보고만 있는데도 운동 피질의 신경이 활성화된다니, 시각적 정보와 운동 피질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시각과 운동 사이의 비밀스러운 연결의 열쇠는 나와 다른 개체의 행동을 ‘보고’ 이를 모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거울신경세포’가 쥐고 있었다.



“포르노그래피는 섹스의 대체물”

이후 원숭이를 이용한 몇번의 실험 끝에, 연구자들은 원숭이의 뇌 속에는 타자의 행동을 보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는 신경세포가 존재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이런 신경세포에 ‘거울신경세포’(mirror neuron)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거울을 보고 얼굴을 찌푸리면 거울 속의 내 모습 역시도 똑같이 찌푸린 얼굴로 응수하는 것처럼, 타자의 행동이나 감정을 보는 것을 통해 이를 내가 겪는 일처럼 공감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신경세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했던 ‘손가락을 움직이는 신경’의 경우에는 스스로 손을 움직여 땅콩을 집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원숭이가 땅콩을 집는 것을 보거나 심지어는 같은 원숭이 동료가 아닌 사람 연구자가 땅콩을 움직이는 것만 보아도 활성화되었다. 신경 활성화의 정도만을 놓고 보면 직접 움직이는 것과 타자가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이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즉, 거울신경세포에 있어서 ‘보는 것’은 곧 ‘움직이는 것’이었다. 또한 간접적으로 관찰-사람의 뇌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간접적일 수밖에 없다. 원숭이와 달리 사람에게는 머리를 열어 뇌에 직접 전극을 꽂는 실험 따위가 허가될 리 없기 때문이다-한 바에 따르면, 사람의 뇌에서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부위가 존재함이 밝혀졌다. 사람들의 거울신경세포는 시각을 담당하는 후두부-시각 정보가 주된 입력 경로이므로-와 함께 두정엽, 전두엽, 변연계 등에서 발견된다. 원숭이의 거울신경세포가 뇌에서 신체 운동을 관장하는 부위에서 주로 관찰되는데, 사람의 거울신경세포는 운동 영역뿐 아니라 뇌의 많은 부분에 퍼져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원숭이들의 거울신경세포가 타자의 움직임을 복제하는 데 익숙하다면, 사람의 거울신경세포는 행동뿐 아니라 상대의 표정에서 감정을 읽어내고 공감하며, 추상적인 개념들까지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할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결국 가장 많이 공감하고 가장 많이 모방할 수 있는 특성이 바로 인간다움을 만드는 주요한 특징일 수 있다. 진화학자 장대익 교수는 인간의 모방 능력은 인간이라는 종을 ‘호모 레플리쿠스’(모방하는 사람)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특징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거울 속의 내 모습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듯 눈으로 본 타자의 행동과 경험을 내 일처럼 느낄 수 있는 능력에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 뇌 속 거울은 다 제각각인데
여성들의 거울은 남성들의 것보다
더 클 뿐 아니라 예민하고 선명

이는 ‘화성 남자-금성 여자’처럼
남녀간 근본 갈등의 씨앗일 수도


타인의 경험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탁월한 사람의 모방 능력은 우리가 세상 모든 것을 직접 몸으로 경험하지 않아도 간접 경험을 통해 학습이 가능함을 설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타인의 경험을 내 것처럼 느끼는 탁월한 마음속 거울을 통해 사회적 룰을 만들어 극단적인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할 수 있고, 때로는 대리만족이라는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먹방쇼’에 등장하는 화려하고 맛깔나 보이는 음식들과 이들을 정말 맛있게 먹는 내가 아닌 누군가의 모습을 넋놓고 바라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때의 감정은 ‘그림의 떡’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안타까움이나 비참함, 나만 소외되어 있다는 감정보다는 보기 좋고 맛좋은 음식을 실제로 먹을 때 느끼는 생물학적 쾌락에 가깝다. 먹거나 맛볼 수 있는 건 고사하고 냄새 분자 하나조차 느낄 수 없지만, 거울신경세포는 음식의 시각적 이미지만으로도 음식을 먹는 행위가 주는 원초적 기쁨을 그대로 복제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많은 이들이 종족 번식이라는 유전자의 지상 과제에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 일임에도 포르노그래피에 집착하는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실제로 포르노그래피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뇌 활성도와 신체적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 결과, 포르노그래피는 섹스에 대한 생각을 유발하는 기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섹스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물이라는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즉, 포르노그래피에 등장하는 이성의 나체와 성적 행위들은 그저 전자적 이미지들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지만, 이를 보고 있는 이들의 뇌에서는 실제 섹스를 할 때와 거의 동일한 신경작용이 일어남이 관찰된 것이다. 뇌의 반응만 놓고 본다면 ‘보는 것이 곧 하는 것’인 셈이다.



‘깨진 거울 이론’으로 본 자폐

사람에게 있어 거울신경세포의 구체적인 위치와 자세한 행동 양식은 아직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지만, 어쨌든 사람이 타인을 모방하고 감정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마음의 거울에 비추어 보며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서로의 행동을 모방하고 감정을 공유하며 서로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거울에도 큰 거울과 작은 거울이 있고, 가능한 한 현실에 가까운 또렷한 이미지를 비춰주는 거울뿐 아니라 이미지를 크거나 작게 혹은 휘어지도록 왜곡시키는 거울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뇌 속에 들어 있는 마음의 거울 역시도 모두 다르고, 이는 사람들 사이에 그토록 자주 오해가 반복되고 갈등이 사라지지 않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

개인차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마음의 거울이 더 클 뿐 아니라, 더 예민하고 선명하다. 이는 ‘여자의 육감은 정확하다’라는 사회적 믿음을 만들어낸 주요 요인일 뿐 아니라,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로 대표되는 남녀 사이의 근본적인 갈등의 씨앗을 파생시킨 뿌리가 아닐까 하는 강력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최근에 들어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 역시도 거울신경세포의 기능 이상으로 인한 증상이라는 주장 역시 제기되고 있다. 즉, 자폐 증상이란 거울신경세포의 기능적 이상으로 인해 타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나타난 신경학적 증상이라는 것이며, 누구나 뇌 속에 가지고 있는 크고 작은 마음의 거울이 깨진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자폐 증상을 이처럼 ‘깨진 거울 이론’(broken mirror theory)으로 바라본다면 자폐에 대한 대응법도 어딘가에서 어긋나버린 거울신경세포들을 찾아내 바로잡는 방식, 즉 깨진 거울 조각들을 모두 모아 매끄럽게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사람의 거울신경세포 혹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거울신경계’에 대해서 밝혀진 것이 많지 않아 깨진 거울을 어떻게 다시 붙여야 하는지, 혹은 정말로 거울이 깨진 것이 맞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런 관점은 자폐를 불치의 영역에서 한발 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칼럼의 첫 회에서 중요한 건 ‘빛이 있으라’가 아니라 ‘눈이 있으라’라는 명제였다는 말로 서두를 시작한 바 있다. 빛이 넘쳐나는 한가운데 서 있더라도 이를 인지할 수 있는 눈이라는 감각기관이 없다면 내게 있어 빛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이다. 그렇게 물리적 에너지를 지닌 빛이라는 존재가 눈이라는 생물학적 감각기관을 통해 내게 중요한 의미가 되었다면, 뇌 속의 거울에 비춰보는 마음의 눈은 타인들의 존재를 내게 의미있게 하는 사회적 감각기관일 것이다. 어쩌면 유독 사람에게 이런 능력이 발달했다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에게는 신체적 생존만큼이나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마음의 거울을 의도적으로 덮어버리거나 거기서 시선을 돌리지 않는 것은 사람이 사람으로 제대로 서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이다. 가끔씩은 세월과 탐욕이 마음의 거울에 덧씌운 묵은 때를 닦아내고 타인을 제대로 비춰보려고 마음먹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야말로 오랜 세월 우리의 뇌가 시각신경세포와 거울신경세포를 이어온 노고에 대해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예의바른 답례가 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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