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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부기장 A씨가 조양호 회장의 소통 불가를 지적하는 글을 4일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10일 후 회사를 떠나는 "대한항공은 회장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글을 올린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A씨가 직접 게시판에 올린 ‘조양호 회장님께’의 전문.

 

대한항공 경영 빨간불

4일 대한항공의 현직 부기장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정면 비판하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려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은 대한항공 여객기가 인천 영종도 정비고로 향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조양호 회장님께


회장님.


조중훈 아버지 (선대 회장님)께서 이뤄놓은 이 회사를, 본인이 물려받은 본인의 회사를 내가 일하게 해준 직원들이, 내 밑에 있는 것들이, 내가 한마디 하면 짤릴 것들이 말이 많다고 생각하신다면 제가 밑에 쓸 글을 읽지도 마십시오.


저는 운항승무원으로써 2007년 O월 O일에 입사하였습니다. 그때 저는 생각한 것이 있었습니다.

나의 직장, 나의 회사가 된 대한항공.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가족들은 물론이고, 친구들, 지인들 모두 축하해 주었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나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 생길 나의 가족들을 위해 대한민국 최대의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에서 정말 열심히 일해야지. 열심히 해서 대한항공에서 인정받고, 모두가 선망하는, 모두가 부러워 하는 ‘대한항공의 기장’이 되어야지!


하지만, 저의 꿈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대한항공은 철저히 회장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 밑에 임원들, 및 보직을 맡고 있는 각 본부장 및 팀장들을 회장님의 눈치만을 보기 바쁩니다. 회장님의 한마디 한마디에 철저히 따르고, 자신의 진급이나 회사생활에 혹여나 문제가 있을까 봐서 전전긍긍하는, 그 본부장 및 여러 팀장들은 우리의 상관들이죠.

그 우리들의 상관들은 그 회장님의 한마디에 열 가지 절차를 만들고, 열 개의 복지를 삭감하며 회장님의 말을 따릅니다.


그럼 우리 20000명의 직원들은 어떨까요?


자신들의 월급이 오르지 않고, 안전 장려금이 삭감되고, 칭찬에는 정말 인색하면서, 사소한 실수에 징계 받고, 회장님의 단 VOC 의 댓글 하나에 줄줄이 교육에, 징계에….

사소하게 누리고 있던 복지들이 사라져 가며 직원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셨습니까?


직원들은 대한항공을 더 이상 나의 회사, 우리 회사 대한항공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나의 회사, 우리 회사가 아니라 함은 결국 나는 이 회사에 속하지 않으며, 동질감을 느끼지 못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회장님! 땅콩 회항 사건 때 대국민 사과 하셨죠?


국민들은 그 때 우리 대한항공을 욕하기만 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어땠을까요?

또 다른 따님이 이야기 한 것처럼 우리 직원들 모두의 잘못이었을까요? 

대한항공이 그 국민들에게서 받은 모욕과 질타는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 직원들의 몫이었습니다.


그런 직원들에게 사과 한번 하셨습니까?


국민들, 언론들이 말하는 이야기는 들으시면서, 직원들이 하는 이야기는 들어보셨습니까?


지금 회장님께 보고하고 있는 사장님, 여러 본부장님, 상무님, 전무님들은 회장님의 귀를 막고 있습니다.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회장님께, 그들은 자신에게 피해가 가거나 자신의 진급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 하기 싫어합니다.


간단한 예를 하나만 들어 보겠습니다.

2년 전쯤 빼테르부르크는 주 2편이었습니다. 그러면, 운항승무원및 객실승무원들은 5박 이상의 패턴이 생깁니다.

하지만, 회장님께서 우리 승무원들을 호텔에서 5박 이상 시키지 말라고 이야기 하셨기 때문에 빼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 다른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에서 엑스트라로 인천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하면 돈이 얼마나 드는지 보고 받으셨는지요?

그냥 승무원들을 LAYOVER 시키는 것보다 5배 이상 비용이 더 든다는 것을 알고 계신지요? 하지만, 대한항공은 그런 행태를 2달 이상 지속했습니다.


그 돈이면, 우리 정비사님들, 비용절감이라고 없애버린 그 간식으로 나오던 몇푼 안 되는 빵들. 일년은 더 드실 수 있었을 겁니다.


보고 받으셨는지요?


요새 많은 운항승무원들이 대한항공을 떠나고 있습니다.

말을 해도 해도 계속 되는 단체 협약 위반, 타 항공사와는 비교도 안되고, 저가 항공사에게도 따라 잡힌 월급, 비행근무는 점점 악화되어 가고, 사소한 실수에도 마녀사냥처럼 계속되는 각종 징계 및 교육들. 호텔들은 점점 공항 근처나 아무 것도 없는 외지로 가며, 기장 승급은 점점 더 느려지고, 외국인 기장 부기장들은 점점 늘어만 가는 현실을 보면서 운항 승무원들의 절망하고 있고, 그와 함께 대한항공의 안전도 땅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성군에게는 충신들이 곁에 있다 하였습니다.

충신이라 함은 나라를 위해(대한항공을 위해), 백성들을 위해(직원들을 위해) 왕에게 듣기 좋은 말뿐인 감언이설이 아닌 왕을 비판할 수도 있는 직언을 할 수 있는 신하를 말합니다. (회장님께 감언이설이 아닌 직언을 할 수 있는 임원들이 몇명이나 되시는지요?)

대한항공에는 충신들이 없습니다! 이것은 회장님의 잘못입니다.


회장님께서 하신 이야기에 반기를 들고 , 비판까지 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내치지 않고 귀 기울여 들으셨다면 그런 사람들이 곁에 남아있었을 것이고, 회장님은 제가 말하는 성군이 되었을 것이고, 대한항공은 제가 처음에 입사했던 그 생각 그대로 모두가 일하고 싶어하는 그런 회사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회장님 곁에는 회장님이 듣기 좋고 달콤한 말만을 하는 아첨꾼들만이 남아있습니다. 그런 탐관오리같은 이들만 남아있습니다.

탐관오리들은 그 밑의 백성들 (직원들)을 살기 힘들게 합니다. 이들을 탐관오리로 만든 사람도 회장님일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부터 직언을 하는 충신들(듣기는 싫을 수는 있겠지만), 현자들을 곁에 두셨다면 이들이 발을 붙이지 못했을 것입니다.


백성들, 즉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셔야 합니다. 역사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성군에게는 충신들이, 폭군에게는 간신들이 따릅니다. 예전 우리의 선조들은 신문고까지 설치해서 백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습니다.


저는 10일 뒤면 대한항공을 떠납니다. 떠나는 마당에 할말 못 할말 그냥 떠벌리고 가는구나 생각하시나요?


반대로 생각해 보시면 제가 나가는 마당까지 제가 만8년을 몸담고 제 30대 청춘을 다 바친 회사에게 나중에라도 노무나 인사에게 불이익을 당하고, 앞으로 달릴 댓글에 욕먹을 이런 글을 쓸 이유가 있을까요? 좋게 좋게 떠나는 게 다들 좋은 것인데 말이죠.


제가 회장님께 회사를 떠나면서까지 이 글을 드리는 이유는 제가 대한항공 생활을 하면서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원칙을 하나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 대한항공은 회장님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를 떠나는 일개 직원의 마지막 충언이라 생각하시고 우리 직원들, 특히 우리 운항승무원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회장님의 회사 "대항항공"이 아닌 항상 나의 직장, 나의 ‘대항항공’에서 일하고 싶었던, OOO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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